기술과잉 세상
스티브 잡스가 선사한 본격적인 형태의 스마트폰은 21세기 최대의 발명품이라고 하지만 21세기 최대의 감옥이기도 하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저마다 자신만의 감옥에 갇혀있는 모습을 보면 이게 진정한 21세기 디지털 세상인가 의문이 든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조차도 스마트폰을 만지고있는 내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 가끔은 역겹기까지 하다.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 니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물건은 생산된다.
마치 19세기 초반 프랑스의 경제학자인 세이가 말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는 말은 19세기 당시보다 요즘에 더 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에서 가격을 조절한다고 했고, 확실히 이 말이 더 신빙성 있는데다가 현상에 더 잘 맞아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말은 금방 고전적인 오류의 하나라고 치부되었다. 그런데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말은 19세기 초반보다는 오히려 지금과 더 맞는 듯 하다. 더이상 필요에 의해 디지털 기기가 생산되지 않는다. 디지털 기기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생산된다. 오히려 스마트폰이 필요 없는 사람들도 매장에는 스마트폰밖에 없어서 스마트폰을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최근에 나왔던 스마트폰 중에 삼성과 LG에서 Curved, Flexible이라는 기술을 채용한 스마트폰이 나왔었다.
Flexible. 필요해 보이는가?
이 물건이 소비자들이 정녕 원하고 원해서 "제발 이 물건좀 만들어 주십시오" 라고 해서 만든 물건이 아닌 것은 자명하다. 누가봐도 이 물건은 그냥 기술혁신을 자랑하기 위해 만든 물건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팔리고 있다. 공급이 거기 있기 때문에, 수요가 생기는 것이다.
당신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은 - 당신도 쓸 수 없는 기계이다.
안드로이드가 당신을 다루고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문제는 권한에 관련된 문제이다. 앱을 설치할 때마다 권한을 확인하라고 한다. 사람들이 이것을 잘 못하기 때문에 뱅킹앱에는 백신을 필수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세상에, 우리가 기술을 지배하는게 아니었다. 우리가 지배당하고 있는건 아닌가?
기술1 [
사람이 안드로이드를 다루는가, 안드로이드가 사람을 다루는가? 한번쯤 생각해보시라. 기술의 정의는 위에 있다. "어떤 일을 하거나 어떤 대상을 다루는 방법이나 능력". 당신은 안드로이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가. 오히려 안드로이드가 당신을 다뤄서 백신을 깔도록 한다. 아무튼, 당신이 잘 다룰 수 있다고 치더라도 인류 전체는 그렇지 못한듯 하다. 모든 사람들이 안드로이드를 제대로 다룰 수 있었다면 스마트폰에 백신따위는 필요치 않았으리라. 그저 권한에 벗어나는 앱을 설치하지 않았으면 되는 문제가 아닌가.
기술에 자유의지라도 생길 날이 오지 않을까.
자본주의의 단점은 내가보기에 블루오션으로 보였던 영역을 순식간에 레드오션으로 바꾼다는 데에 있는 듯하다. 한 때 스마트폰 시장은 대표적인 블루오션으로 떠올랐지만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래서 소비자가 이미 소비를 하기도 전에 공급이 일어나는 것이고, 이는 기술이 우리를 지배하게 만드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언젠가 인류는 기술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인류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기술, 필요치 않은 기술은 이미 기술이 아니다. 무엇보다 다루기 편해야 한다. 가끔은 너무 다루기 힘들게 기술들이 진화한다고 생각하다. 이러다가 기술에 자유의지라도 생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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